일상

쏜살같이 지나가는 한 주

Bioholic 2021. 4. 9. 07:26

제가 사는 곳은 4월 5일부터 아이들 학교의 정상 등교가 시작되었습니다. 둘째 아이는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중이라서 달라지는게 없었지만, 첫째 아이는 그동안 방과후 학교에서 운영하는 온종일 케어에 다니면서 거기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 왔는데, 드디어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대면수업이 시작된 것이지요. 

 

 

학부모들은 대면수업을 할지 아니면 계속 온라인 수업을 할지 선택할 수 있었는데, 첫째 아이네 반은 총 16명중에서 딱 절반인 8명만 대면수업에 온다고 합니다. 우리는 당연히 대면수업 대환영이지요. 어차피 제가 일하는 동안 애는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비싼 온종일 케어에 가느냐, 좀 더 저렴한 방과후 케어만 가느냐의 차이일뿐! 이렇게 선택권을 줌으로써 담임선생님은 대면과 온라인을 동시에 진행해야돼서 적응 할 때까지 당분간은 정신이 없겠네요. 

 

정상 등교가 시작되면서 좋아진 점은 아이들을 6시에 픽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둘째네 어린이집은 원래부터 6시 픽업이었지만, 첫째가 다니는 기관이 5시에 문을 닫는 바람에 두 명 다 5시에 픽업해 왔습니다. 덕분에 저는 4시 15분에 퇴근을 해야 돼서 일을 하는둥 마는둥 엉망이었지요. (특히나 4시에 미팅이 있는 날은 정말 짜증이 머리 끝까지...)

 

학교가 정상운영되면서 방과후 학교도 정상운영이 시작되었고, 6시에 픽업하는 걸로 바뀌면서 저는 드디어 5시 15분까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실험도 좀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번주에는 드디어 첫번째 western blotting을 할 수 있었지요.

 

실패한 데이타이긴 하지만, 우리 랩에서 생산된 첫번째 데이타라는 것에 역사적인 의의가 있습니다!

 

학교가 오픈한지 하루가 지난 그저께 (화요일), 교장으로부터 단체 이메일이 왔습니다. 2층 교실을 쓰는 사람중에서 코비드19 확진자가 나왔다고... 그래서 그 교실은 10일간 폐쇄되지만, 나머지는 다 그대로 운영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아이는 1층 교실이라서 직접적으로 노출되진 않았으려니 했는데, 그 다음날 (수요일) 또 이메일이 옵니다. 첫째네 담임선생님도 밀접 접촉자여서 10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침에 등교할 때 보면, 거리두기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교 내에서도 하루종일 어떨지 뻔히 보입니다. 오픈하자마자 확진자가 등장하면서 이렇게 줄줄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는걸 보니, (아직 추가 감염자가 밝혀진건 없지만) 또 언제든지 학교 문 닫는다고 해도 놀랍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픽업 시간이 1시간 늦춰져서 1시간 더 일을 할 수 있게 된건 반가운 일인데, 대신 저녁 시간이 더 정신없어졌습니다. 5시에 픽업했을 때에는 저녁해서 먹이고, 씻기고, 잘 준비까지 다 마치면 보통 7시에서 8시 사이였고, 그때부턴 엄마랑 공부를 좀 하거나 놀다가 8시반이나 9시쯤 잠을 자는 루틴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도시락통과 저녁 먹은거 치우고, 빨래 하거나 다음날 도시락/간식을 준비하면 됐는데, 이게 1시간 늦춰지다보니 먹고 씻고 나면 8시반쯤 돼서 애들은 바로 자야될 시간이 됩니다. 더불어 집안일이 끝나는 시각도 1시간 늦춰지다보니, 결국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줄어들어서 그게 그거네요? -_- 총 일하는 시간은 비슷하다고 쳐도, 낮에 실험을 더 할 수 있게 된거에 의미가 있는 것이겠네요.

 

벌써 목요일이 끝나갑니다. 이렇게 등교 첫 주는 정신없이 지나갔고, 다시 새로운 루틴에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적응 이라 쓰고 애들을 잡는 일이 더 많아졌다고 읽게 되네요. 아침에 눈뜨면서 혼나고, 잠들때까지 혼나는 아이들... 아침, 저녁으로 나만 바쁘고 애들은 세월아 네월아 정신을 못차리네요. 포닥 시절엔 그 나름의 스트레스가 심해서 애들과 더 많이 놀아주지 못했기에, 나중에 잡 잡고 나면 그래도 좀 여유가 생겨서 애들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독박육아에서 벗어나면 다시 옛날의 자상하고 친절한 아빠로 돌아가리라 다짐해 봅니다. 그때까지는, 우리 셋이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

 

2주 연속, 일요일에 나가서 테니스 치는 흉내를 내고 오고 있습니다. 레슨을 시켜주고 싶은데, 주중에 일찍 퇴근해서 애들 라이드 해줄 자신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