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만불 짜리 실수

Bioholic 2021. 9. 15. 07:12

아직 하나도 정이 들지 않은 새집은 매일매일 맘에 안드는 점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하나씩 내손으로 관리하며 살다보면 정이 들겠지만, 지금은 남이 살던 집에서 남이 싸놓은 똥을 치우는 기분이기에 너무 짜증이 나는 상황입니다.

 

종이로 만든 집도 아닌데, 하루가 멀다하고 망가진 것들이 나오는데, 여기저기서 물이 새는건 기본이고, 간신히 붙어있던 것들도 손만 대면 떨어지고, 제대로 된 사용법 같은게 인수인계가 안된채 집을 넘겨 받았으니 어디에 무슨 스위치가 있는 것도 모른채 하나씩 배워가는 중입니다.

 

지난 금요일 밤에는 샤워를 다 하고 물을 잠그는데, 손잡이가 툭 부러지는 느낌이 나더니, 물을 잠글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또 망가졌어?" 하고 깊은 빡침이 밀려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때가 새벽 2시쯤...)

 

사실 이 손잡이는 이사와서 첫 샤워를 한 날부터 손잡이가 뭔가 딱 조여져 있지 않고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전 집주인 새끼는 이걸 고치지도 않고 그냥 대충 집 팔릴 때까지만 버틴다는 생각으로 쓰고 살아왔나 봅니다.  아무튼, 그당시엔 손잡이가 부러진거고 손잡이만 교체하면 쉽게 고쳐질거라 생각했고, 일단 물을 잠그고 잠을 자는게 급선무였습니다.  집에 들어오는 물 메인 벨브를 잠궈야만 샤워실 물이 멈추는 상황이었고, 일단 그렇게 온 집안 물을 다 막은 채로 잠을 잤습니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학교에 가져다 놓은 공구함을 가져왔고, 오는 길에는 새로운 샤워 수도꼭지도 사왔습니다. (무슨 샤워 핸들 따위가 250불이나 하는지.........-_-)

 

손쉽게 샤워 손잡이를 분리하고 나서, 저 밸브를 잠그면 물이 멈출줄 알았는데, 저 밸브가 헛도는게 아닙니까??? 손잡이와 밸브의 연결부위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저 밸브가 망가진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1차 멘붕이 왔는데, 저 밸브가 망가진건 한번도 본적도 고쳐본적도 없었거든요.

 

지금에 와서야 알았지만, 저 샤워 카트리지도 수명이 20~25년 가량 지나면 망가지고, 저게 헛돌거나 냉수/온수 조절이 안되면 호환되는 부품을 사다가 교체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이 간단한 사실을 몰랐던 저는, 샤워 핸들 교체/수리에 관한 유툽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불행히도 저 카트리지 교환에 관한건 검색어에 걸려들지 않았고 ㅠㅠ) 하나같이 통째로 스위치를 교환하는 것들만 보게 되었습니다. DIY로 교체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지만, 자꾸 보다보니 구리 파이프 납땜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해볼만 할 것 같다는 착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남들이 한 것처럼 구리관에서 스위치를 통째로 교환하기로 마음 먹고, 일요일에 저는 호기롭게 벽을 부쉈습니다. -_-

아놔... 그런데 하필 이 집은 저 구리관이 스터드에 딱 붙어 있어서 스위치를 떼어낼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여기서 딱 막히게 되니 다시 검색을 해보기 시작하고, 주로 가는 커뮤니티에 물어보는 글도 올렸는데... 아뿔싸! 여기서 전문가 분들이 지적해 주시길, 그냥 저 밸브 스위치만 교체했으면 되는데 왜 벽을 부쉈냐!!?? 벽을 방수처리 제대로 해서 고치는건 혼자 하기 힘들 것이다...... 벽을 다 통째로 교체해야될 것이다.... 등등등 2차 멘붕을 불러오는 답변들이 달렸습니다. (벽 부수기 전에 처음부터 여기에 물어볼걸.......ㅠㅠ)

 

저는 당연히 저 스터드에 드라이월을 다시 붙히고, 위에다 타일을 붙히면 방수가 될거라 생각했는데, 타일은 방수가 안된다는 새로운 사실도 배웠습니다!  저 타일 사이에 있는 grout가 porous해서 방수가 안된다고 하네요? 한 두 방울씩 물이 타일 뒤로 스며들면 결국 몰드가 자라고 나중에 일이 커지는 것이지요. 타일이 완벽한 방수가 안되는 것이었다니.... 그럼 도대체 부엌과 화장실은 왜 죄다 타일을 발라놓은 것인지....??

 

아무튼 그래서 결국 이참에 샤워를 통채로 리모델링 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고 업체에 견적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3군데 요청했고, 어제 한 군데에서 견적을 받았는데, 2만불 정도 나오네요!!??  200불로 막을 수 있었던 간단한 스위치 교체를 2만불 들여서 샤워실 리모델링 하게 생겼습니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