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살이 빠지네요

Bioholic 2021. 7. 15. 15:12

20-30대에는 쭈욱 62kg을 유지하다가, 2011년에 박사 졸업하고 한국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70kg까지 쪘던 적이 있습니다. 5년 반만에 한국에 들어갔더니, 회사에서 아침도 주고, 점심엔 팀 멤버들과 매일 맛집 투어 가고, 저녁엔 데이트 하면서 또 맛집 투어하고 술먹고 안주먹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이 편하게 회사생활을 했으니 살이 안찔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요. ㅋ 지금도 어쩌다 그 시절 사진을 보면 너무 살찐 제 모습이 정말 낯설 따름입니다.

 

2012년에 다시 미국에 나와서 포닥을 하는 동안에는, 한국에서처럼 많이 먹지도 않을 뿐더러 (맛있는게 없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육아에 지치고, 실험하느라 몸을 많이 썼더니 살이 좀 빠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이가 있어서 전반적으로 기초대사가 떨어지고, 식습관이 저녁에 폭식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나름 66-67kg을 유지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부터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급기야 체중계에 62kg이 찍혔네요. 한 달 사이에 갑자기 4-5kg이 빠지니깐, 뭐가 문제인지 원인을 찾아봐야될 것 같습니다. 아직 아이 두 명이 어리기 때문에 제 건강은 소중하니깐요...

 

1. 당뇨로 가는 길...

1년 가량을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면서 살다보니, 점점 애들 먹이는 것도 부실해지고, 제가 먹는건 더더욱 대충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애들도 도시락 싸주고, 저도 도시락을 싸갔지만, 이제는 애들은 그냥 학교에서 주는 정크푸드를 점심으로 먹으라고 하고, 저는 아예 거의 도시락을 싸가지도 않지요. 보통 점심은 아예 거르거나 아니면 오피스에 가져다 놓은 (설탕과 소금덩어리) 간식들로 떼우곤 하는데, 여기에 설탕 가득 음료수까지 마시다보니, 제 몸이 점점 당뇨로 가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정말 당뇨 초기 증상이 몇 가지 보이길래 혈당체크하는걸 사서 측정해보기까지 했습니다. 오차가 좀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정말 당수치가 높게 나오긴 하네요. 설탕이랑 탄수화물을 줄여야 할텐데, 식습관 고치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거 때문에 살이 빠졌다는 것에는 좀 의문이 듭니다.  

혈당을 낮춥시다!!! 

2. 스트레스?

미국 의대 조교수 1년차가 얼마나 끔찍한(?) 스트레스를 받는지는, 직접 겪어본 사람이거나 가까이서 본 사람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하물며 전무후무한 팬데믹이 겹치면서 기본적인 실험실 운영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고, 혼자서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하려니 어려운 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네요. 6월부터는 실험실에 연구인력이 4명이나 새로 들어오면서 '사람관리'라는 어려운 업무도 추가되었습니다. 대부분은 문제가 없는데, 대학원생 한 명이 엄청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중입니다... 하아.. 이 녀석만 생각하면 정말... 엊그제에는 꿈에도 이 녀석이 나와서 사고를 치더군요. -_-;  그리고 역시나 연구비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쓰는 족족 떨어지니깐, 쓸 맛도 안나고, 당연히 재미도 하나도 없고, 그래서 또 대충 쓰게되면 또 떨어질 것이고, 그냥 시간낭비만 하는 것 같고... 저는 꽤 무딘편이고 자기보호 차원에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무의식적으로 받고 있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몸무게가 빠진 것일까요? 흰머리는 눈에 띄게 늘어난거 같긴 하네요.

 

3. 스트레스 2

학교 업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스트레스이지만, 지난 몇 달간의 집 사는 과정 또한 굉장히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블로그에도 2번이나 포스팅을 했었는데, 아파트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서 마음에 드는 집을 적당한 가격에 구하는 것이 제 의지대로 되는게 아니므로 정말 큰 스트레스였지요. 원래 집 사려고 여러 좋은 집들 구경 다니고, 맘에 드는 집들에 오퍼 넣으며 계약하는 과정이 일종의 어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과정이고, 따라서 굉장히 행복하고 신나는 경험이 될 수도 있는 것인데, 저는 이 모든걸 혼자서 애 둘 데리고 하다 보니, 행복은 커녕 빨리 해치워서 잡일거리를 하나라도 빨리 줄이는게 목표가 될 지경이었지요. 아직 클로징까지 한 달 가량 남았고, 그 사이에 또 수 많은 서류작업과 모기지/인스펙션/수리/업그레이드 과정이 기다리고 있어서 여전히 진행중인 스트레스입니다. 하물며 혼자서 애 둘 데리고 이사짐 쌀 생각을 하니 짜증이 벌써부터 머리 끝까지............   

 

4. 치과!

저는 현재 이걸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습니다. 한 달 전에 치과 정기검진을 갔었는데,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살짝 깨졌으니 그거 채워넣고, X-ray 사진을 보면 왼쪽 아래 어금니가 옛날에 충치치료 받은 곳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아 보이니, 이것도 새로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간단한거길래 알았다고 하고 두 번에 걸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치료 후 오른쪽 어금니가 너무 시려서 오른쪽으로는 아무것도 씹지를 못하게 되었습니다. 3번에 걸쳐서 계속 조금씩 갈아내며 조정을 받았으나, 오늘도 여전히 오른쪽 아래 어금니로는 딱딱한 음식을 씹지 못합니다. 바나나 정도는 먹을 수 있으나, 오레오 쿠키도 못먹을 정도... 그래서 당연히 왼쪽 어금니만 주로 써왔는데, 지난 주말에 양치를 하고 있는데 왼쪽 아래 어금니에 새로 한 레진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_- 돌파리 의사?  결국 오늘 치과가서 또 마취주사를 맞고 새로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바빠 죽겠는데 이게 왠 시간낭비란 말입니까! 아무튼 지난 한 달간 이가 불편하니 아무래도 먹는 속도가 느려지고, 먹는 양도 줄어들었을테고, 그래서 살이 빠지게 된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뭐 꼭 한 가지 이유만으로 살이 빠진건 아닐테고, 여러 복합적인 이유들이 합쳐지면서 빠진 것이겠지요. 이러나 저러나, 다시 열심히 먹어서 65kg 정도로 유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운동도 해야 하는데... 학교 체육관에 가서 하려고 차 트렁크에 운동화와 운동복을 넣고 다닌지 벌써 한 2~3달은 된 것 같은데...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네요. ㅋㅋ 운동 안하는건 순전히 게으른 내 탓!  그런데 지금은 운동보다는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 먹고 싶네요. 어금니 다 나으면 한국 가서 맛잇는 짜장면도 먹고, 돈까스도 먹고, 분식도 먹고, 유명한 맛집 다~ 가보고 싶습니다 ㅠㅠ 저의 이런 마음을 유튭은 어떻게 귀신처럼 알았는지, 한국의 맛있는 짜장면 맛집 소개 동영상을 추천해 주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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