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약간의 눈 그리고 벗어난 일상

Bioholic 2021. 1. 27. 06:17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이 약간 내렸습니다.

살짝 쌓이긴 했지만 학교가 취소될 정도는 아닌거 같아 보였고, 학교 문 닫았다는 이메일도 없어서 여느때처럼 등교 준비를 했습니다.

 

알람은 6시 30분에 울리지만 언제나처럼 애들과 침대에서 "5분만 더...", "5분만 더어..." 하다가 6시 50분이 다 돼서야 일어났고, 아이들 아침과 둘째의 점심 도시락과 간식들을 준비하니 벌써 7시 20분. 오렌지 3개 까는데 너무 시간을 많이 썼네요...ㅠ

 

아이들이 아침 먹는 동안 저도 급하게 씻고 준비하고 나오니 7시 35분!

아침 먹은 그릇과 도시락 준비한 그릇들을 식기 세척기에 돌리고, 둘째 옷 입히고 썬크림 발라주고 나니 7시 45분!

 

원래는 7시 30분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집에서 여유롭게 7시 40분 전에는 나가야 하는데, 오늘은 7시 45분이 넘어서야 집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시동을 걸어놓고 아이들이 안전벨트 메는 사이 저는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급하게 출발을 합니다. 눈이 쌓여서 길이 약간은 미끄러웠지만 첫째 수업이 8시에 시작이라서 서둘러서 학교로 갔지요.

 

그런데 7시 55분에 도착했더니 아무도 없고, 전화도 안받고... 전화 하는 사이 이미 8시는 넘었고... 입에서 욕은 저절로 나오고... 혹시나 해서 학교 홈페이지를 봤더니 역시나 눈 때문에 학교가 닫았네요! 하지만 온라인 수업은 원래대로 진행이 됩니다. -_- 

 

급한대로 첫째 담임 선생님께 문자를 보내놓고, 둘째 학교에도 전화를 해봅니다.

그런데 둘째네 어린이집은 열었습니다. -_- 

나중에 알았지만 첫째네 학교도 눈때문에 2시간 늦춰서 10시에 연다고 이메일이 와있었네요. 제가 이메일 확인한 시각은 6시 50분, 학교에서 이메일 보낸 시각은 7시 8분. -_-

 

저도 오늘은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둘째를 데려다주고 첫째를 데리고 학교에 왔습니다.

옷도 못벗고 오피스 들어오자마자 급하게 수업 시작 ㅠ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 오피스에 들어와서 학교 수업이 시작되니 저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고, 아침부터 열받았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었습니다. -_-

 

첫째는 초등학교 1학년이고, 정식 학교 수업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저는 출근을 해야하므로, 첫째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보냅니다. 일주일에 $140씩 받으면서 동네 초등학교 건물을 빌려서 사용하는데, 여기 직원들이 정말 일을 못합니다. 게으른건 둘째치고, 하나부터 열까지 느려터져서 일하는게 굉장히 마음에 안듭니다. -_-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여기를 보내고 있는데, 평소에도 마음에 안들었던 차에 오늘 또 아침에 전화도 안받으니 더 열받았던 것이지요.

 

아무튼, 오늘은 계획에도 없던 딸과의 데이트를 오피스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 LA에서 살 때에는 아이들과 종종 이런 데이트를 했었습니다.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UCLA에 가서 저는 실험을 하고 아이들은 인앤아웃 햄버거를 먹으며 youtube를 보곤 했지요. 엄마가 못하게 하는 것들을 아빠 학교에 가면 할 수 있으니 아이들은 주말에 아빠를 따라서 실험실에 가는걸 좋아했습니다. 

 

역시나, 재희가 오늘은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겠다고 합니다. 아빠 오피스에 오니 햄버거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In-N-Out 이 없으니 아쉽지만 맥도날드로 대신합니다. 

 

크리스피 버터밀크 치킨 샌드위치와 딸바 스무디 그리고 엄마까지. 기분 좋은게 모니터 밖으로 뿜어져 나오네요 ㅋ

요즘 너무 엄격하게 아이들을 통제하는 바람에, 예전의 자상하던 아빠는 사라지고 맨날 화만 내는 아빠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제도 애들 샤워시키다가 화를 냈더니 둘째가 아빠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아서 화내는거 다 안다고 말해서 몹시 미안했지요.

 

싱글대디가 된지 어느덧 거의 6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빠듯한 매일의 일상 속에서 스케쥴 대로 움직이려면 아이들을 마냥 풀어둘 수 없어서 화도 많이 내고 혼도 많이 냈던 것 같습니다. 한번도 지각과 결석 없이 모든걸 계획한 대로 진행시키려다 보니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요. 그런데 막상 오늘 30분 지각해보니, 뭐 별거 아니네요. ㅎㅎ 그냥 좀 널널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부턴 쉽겠지요. 이제 아이들도, 저도 많이 익숙해졌으니 엄격함을 좀 내려놓고 예전처럼 자상하고 착한 아빠로 돌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