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온가족 Whole Genome Sequencing 후기

Bioholic 2023. 3. 24. 08:03

제가 작년에 의료비 지출 예상을 잘못해서 Health Care FSA (flexible spending account)를 맥시멈으로 넣었었습니다. ($2,750) 4인가족이라서 1년에 3천불 가량은 의료비로 나갈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1~200불정도밖에 안쓴 것 같습니다. (사실 첫째아이 치아교정을 할까 했었는데, 교정 맡길만한 병원/의사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서 미루다보니 더욱 착오가 커진거 같습니다)

 

가족들이 건강한거니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지만, 맥스로 넣은 $2,750을 기한내에 다 못쓰면 그냥 날라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550은 다음 해로 넘길 수 있어서 넘겼지만 (따라서 올해도 $550을 써야하네요 ㅠㅠ) 여전히 $2,200을 써야되는 상황이었지요. 온갖 FSA eligible 물건들을 쇼핑해 보았지만 (밴디지, OTC 기본 상비약들, 생리대, 등등등) 온갖것들을 다 구매해도 도저히 저 돈을 다 못쓰겠더군요.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이참에 온 가족 홀 지놈 시퀀싱을 해보자 였습니다. 시퀀싱 가격은 그동안 많이 내려왔고, 요즘은 수백불 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가격은 적당해서 해볼만 한 것 같지만, 가격 외에도 지놈 시퀀싱을 할지 말지 고민하실 때에는 고려해야될 사항들이 여러가지 있을 것입니다. 특히 본인 것이 아니라 아직 미성년인 아이들의 것까지 하실 경우에는 더더욱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데이타 보안입니다.

저와 아이들 (특히 미래 세상에 살게될 아이들)의 genetic blueprint을 얻는 다는 것은, 이 데이타가 나중에 누군가에 의해서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는 위험이 따라옵니다. 각종 영화들에서 많이 다뤄진 문제들이라 자세한 언급은 안하겠습니다만, 당장 떠오르는 걱정은 나중에 의료보험 회사나 고용주가 이 데이타에 접근하게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 

 

만약 이 고민을 진지하게 해보신 후, 그래도 여전히 위험성보다 실제로 얻는 이익이 크다고 결론을 내리셨다면, 다음에는 그냥 쇼핑하실때 하시는 고민정도로 어떤 회사에서 어떤 상품을 고르실지 정하시면 됩니다.

 

첫번째 선택은 WGS vs SNP 입니다.

이미 익숙하신 23andMe 같은 서비스들은 SNP을 조사하는 것이고, WGS는 지놈 전체를 sequencing 하는 것입니다. 각종 질병과 SNP 연관성을 밝힌 연구들이 많고, 그걸 기반으로 건강정보를 파악하게 됩니다. 각기 다른 영역이고 가격도 다르므로, 본인에게 맞는걸 찾으셔야 합니다. 저는 미래에 새로운 연구를 통해 알게되는 정보도 제 지놈 데이타에서 찾아볼 수 있는 raw data에 관심이 있었기에 WGS로 결정했습니다. 

 

그외에 제가 고려했던 부분들은, sequencing coverage (현재는 30x가 업계 표준인거 같습니다)와 raw data download 가능 여부 정도였습니다. 사실 일반인을 상대로 WGS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딱히 선택의 여지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제가 고른 회사는 HIPAA를 준수하는 Sequencing.com 이란 곳이었습니다. (저랑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입니다)

 

 

 

그 회사에서 비교해 놓은 (자기네 자랑) 챠트입니다.

 

그리고 FSA에서 리임버스 받으시려면 사전에 이 WGS가 eligible 스펜딩인지 확인하셔야 안전합니다. 저희는 WEX라는 곳에서 FSA를 관리하는데, 이곳에 문의해보니 WGS는 eligible 하지만, Medical Necessity Form을 의사로부터 받아오라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주치의에게 가져가서 왜 이걸 하고 싶은지 이유를 설명하면 적절한 Medical Diagnosis or Diagnosis Code와 함께 사인을 해줄 것입니다. 저는 가족력이 있으니, WGS를 통해서 여러 질환 risk를 파악하고 저와 아이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생활습관 관리를 하려고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form을 제출하고 나중에 영수증 제출하니 아무 문제 없이 전액 환급 받았습니다.

시퀀싱 가격은 1인당 $399 여서, 4인 가족 비용은 대략 $1600 정도 들었습니다.

 

 

(여전히 $2200불이 안돼서 병원비 제외한 나머지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듀오덤, 밴디지, 알콜스왑, 멀미약, 치실, 해열제, 항생제연고, 요오드, 벌레물린약, 등등등등 사제껴서 몇백불을 채웠습니다 -_-)

 

키트를 주문하시면, 몇일 내로 샘플링 키트가 배송됩니다.

설명서대로 입안을 면봉으로 휘저어서 샘플링 한뒤, 반송하시면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됩니다. 

샘플 배송부터 최종 결과 얻기까지 저는 약 4개월 가량 걸린 것 같습니다. 자세한 타임라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분석이 끝나면 기본 가격에 포함된 Report 하나를 받으시게 됩니다.

여기에서 샘플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sequencing.com/reports/wellness-and-longevity#sample-report

 

그 외에 보다 세분화된 리포트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셔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는 무료버전들만 해봤는데요, 덕분에 첫째아이 혈액형을 알게 되서 좋았습니다. (둘째아이는 병원에서 알려줬었는데, 첫째는 여지껏 몰랐어요 ㅋ)

 

 

Raw data는 워낙 용량이 커서, 다운로드 받으려면 IT 팀에게 요청하셔야 됩니다. 몇일 기다리시면 다운로드 링크를 보내주고, 거기서 다운 받으시면... 축하드립니다! 평생 변하지 않을 나의 WGS data를 확보하신 것입니다.

 

방금 재미 삼아서 Ancestry and Genealogy 리포트를 구매했는데, 온 가족이 100% East Asian 나오네요. 당연히 예상했던 결과이긴 하지만... 그래도 예상과 다르게 뜬금없이 유럽쪽 DNA같은게 조금 섞여서 나왔으면 우리 조상들에 대해서 더 호기심이 생겼을텐데... 제 조상님들은 뭐 걍 대대손손 한반도에서 서양인과 마주칠 일 없이 살아오셨나 봅니다. ㅋ 한중일 민족이 섞여있는건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데, 한 가지 신기한건 저 혼자만 다른 가족들에 비해서 몽고쪽 피가 2배 가량 더 섞여 있네요? 왜일까...

 

한국인과 일본이이 왜 함께 묶여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돼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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