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

집 사기 힘든 요즘

Bioholic 2021. 6. 29. 12:59

팬데믹이 참 많은 예상치 못한 변화를 불러온 것 같습니다. 여행이나 일상생활에서의 많은 사소한 변화는 차치하더라도, 살면서 해보는 몇 안되는 큰 소비들 중 하나인 '집' 과 '자동차'에 끼친 영향이 너무 큽니다.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생겨서 새차 생산이 지장을 받고, 그래서 딜러쉽에 차가 없어지는 희귀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할인 받아서 사기는 커녕, 웃돈을 얹어주고 사야될 상황이 된거죠. 덩달아 중고차 값도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제 차도 자꾸 팔라고 연락이 오는데, 제가 새차로 샀던 2017년 가격보다 더 오른 가격을 부르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 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중고차 값이 엄청 오르긴 올랐습니다. 덩달아 렌트카도 부족해서 렌트카 가격이 또 역대급으로 올라버리는 기이한 현상들이 보입니다.

 

실험실에서는 보통 주문하면 하루 이틀 내로 오던 물건들이 재고가 없다며 5달이 지나서 온 적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플라스틱 수급에 문제가 있어서 수많은 일회용 실험용 물품들이 재고가 없거나, 가격이 올랐거나, 아예 단종이 되거나... 엉망진창입니다. 특히 일부 품목들은 전시에 나라에서 특정 물자들을 징수해가듯, 연방정부에 우선공급 하게 되어 있어서 몇 달씩 기다려야 겨우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실험이 지체되는건 당연하고, 빨리 데이타가 나와야 논문을 쓰건 그랜트를 쓸텐데, 이 모든 것들이 몇 달씩 우습게 딜레이 되고 있는 갑갑한 상황이지요. 생각도 못해봤던 이런 문제들이 왜 하필 제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이 시점에...ㅠㅠ (라고 불평을 하기엔, 그런 시기에 잡을 잡은 것 만으로도 천만 다행이긴 합니다.)

  

작년에 이곳으로 이사올 당시에는 한창 팬데믹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었기에 집을 사는건 엄두도 못내고, 아파트에 1년 계약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8월말이면 계약을 갱신하던가 종료시켜야 하는데,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집을 계약해서 이사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집을 살 수가 없네요. 물건이 별로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조금만 괜찮은 집이 나오면 경쟁이 너무 심해서 저에게까지는 기회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Seller가 제시한 listing price보다 보통 10% 정도를 더 높혀서 offer price를 적는다고 하는데, 저는 10% 높혀서 오퍼를 보내도 계속 밀립니다. 최근 연달아 3개를 미끄러지고 나니깐 정말 허탈하네요.

 

Seller의 환심을 사기 위해 offer price를 높혀서 적고, closing fee도 제가 다 전액 부담하겠다고 하고, appraisal contingency도 없애는 무리수(!)를 뒀는데도, 저보다 더 무모한 오퍼를 낸 다른 바이어가 선택됐습니다. 이렇게 극심한 seller's market일 때 집을 사는게 과연 잘하는 짓인가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내년에 상황이 더 좋아질거란 보장도 없고, 모기지 금리는 올라갈 타이밍만 보고 있는 것 같으니, 사실 울며 겨자먹기로 지금 사는게 가장 나을 수도 있을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투자용이 아닌 실거주용은 언제 사건 그냥 사야될 때 사는게 최선이라고들 하고, 그렇다면 저희 가족은 지금이 딱 사야될 시점이긴 하지요.

 

보통 목요일-금요일이면 새로운 매물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토요일-일요일 집 구경을 하고, 오퍼를 넣으면 월요일-화요일 중으로 결정이 되는 매우 짧은 사이클로 마켓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번은 엄청 맘에 들었던 집을 5시간만에 다른 사람이 채가는 것을 목격했지요. 오퍼도 못넣어본채 그렇게 보내야 했던 그 집...ㅠ 자기 집이 될 운명의 집은 정해져 있다던데... 그 말만 믿고 계속 도전해보는 수밖에 없지만, 정말 시간 많이 뺏기고 힘도 빠지는 지리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리얼터를 잘못 만나서 제대로 안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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