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

유튜브가 대세

Bioholic 2021. 1. 29. 05:15

당연하게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저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세상은 쉬지 않고 변해가고 있습니다. 마음은 아직도 20대 같지만 몸은 당연히 40대이고 -이렇게 나이를 까발리고-, 어렸을 때 바라보던 40대 아저씨의 모습들 중 한 가지는 변해가는 세상을 잘 따라가지 못하거나 새로운 문물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나름 세상의 변화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함께 물 흐르듯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최근 들어 저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아저씨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게 바로 이 망할 유튭 입니다. 미안하게도 유튜브를 대표 주자로 내세우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모든 동영상 플랫폼과 개인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제가 적응할 수 없는 "변한 세상"에 해당됩니다.

 

초등학생/중학생이던 90년대 초, 모뎀이 보급되면서 텍스트 위주의 PC통신을 시작으로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 혹은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경험을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및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저의 20대는 WWW의 보편화, 초고속 인터넷망의 보급, IT벤처 붐 등을 겪으며 사진과 MP3 그리고 텍스트가 합쳐진 멀티미디어 세상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예견했던대로, 데이타 저장 및 전송이 점점 고용량으로 진화하였고 이제 비로소 동영상이 컨텐츠의 주류가 되는 세상이 와버렸습니다.

 

블로그를 접고 vlog를 시작해야 되는 걸까요. 저의 유튭 채널은 2008년 4월에 개설했습니다. 바야흐로 세상이 바뀌었으니 13년간 방치해 두었던 이 채널을 저도 활용해야 되는지 심각하게 고민이 됩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고민의 근원은 익명성과 타인과의 소통에 있습니다.

 

인터넷상에서 블로그건 브이로그건 아니면 각종 SNS 계정을 관리하는 행위는 결국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타인과 교류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돈벌이로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직 그쪽으로는 별 관심이 없으므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도 컴퓨터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활자'를 통해 소통하는 것은 함께 마주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소통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나아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타인들과의 소통도 흥미롭고 유익한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악플로 인한 상처 제외

 

이때 균형을 잡아야 하는 부분이 익명성입니다. 나의 사생활, 나의 개인정보를 얼만큼 노출시킬 것인지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텍스트 기반의 -혹은 옛날 방식-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이를 쉽게 콘트롤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냥 제가 익숙해진 부분이라서 쉽게 느끼는 것일 수도...) 하지만 동영상으로 진화하게 되면 너무 나라는 사람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착하게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길에서 나는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알아볼 수 있다는 불안감!? 우리가 연예인들을 동영상으로 접하면서 친근하게 느끼고, 길에서 마주치면 아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인사도 하게 되는 것 처럼요. 

 

생각해보니, 예전에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던 것에 비해, 현재 상황은 다수의 일반인이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동영상 컨텐츠를 쏟아내고 있으므로 어차피 아무도 신경안쓰는 그냥 또 다른 많고 많은 유튜버 중의 한 명으로 남을 확률이 더 커졌으니 그만큼 익명성도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아무도 읽지 않을 이런 장문의 글보다는 5분짜리 유튭 동영상이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 할 수 있다면, 동영상 촬영과 편집의 수고로움도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흠.. 생각만 들 뿐이지... 아직은 유튭으로 옮겨갈 마음은 안듭니다...

말 나온 김에, 만약 이 글에 유튭으로 가라는 리플 10개가 달리면 유튭 채널 시작하겠습니다. 약속.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활자천국 유튭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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